이청혜의 비설 및 살해에 관한 잔혹한 묘사와
캐릭터 본연의 사상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람에 유의 바랍니다.
안녕, 그 인사의 정의에 대해 말을 고르자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 누구에겐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이 될 것이며 그 누구에게는 생의 마지막 시간에 올리는 것, 그 또한 다른 이에게는 다시 만난 흐름의 행복감이 담긴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청혜의 입에서 나오는 짧은 안녕, 그것은 어떤 뜻을 지녔을까.
"The light constantly changes, and that alters the atmosphere and beauty of things every minute."
"빛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것이 매 순간 사물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바꾼다."
──── Claude Monet.
적막이 흐르는 공간, 그 안 여전히 어수선함이 자리잡은 곳. 자리를 한 자들 중 서로 마주보는 두 인물은 흔들림 없이 올곧게 피워진 느낌이었다. 그 고요한 가운데 무심한 듯 입을 다물며 표현성으로 말을 내는 사내, 카모스 얀투넨. 그것을 여느 때와 같은 흐름으로 받아드는 여인, 이청혜.
" 네가 행복해질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소원이라고도 할 수 있지. "
" 진심으로 바랄게. 너도, 나도…. "
이청혜는 두 눈 앞에 그려진 자를 참으로 어리석은 사내라 여겼다. 제 이야기 무엇 하나 알 수 없을 터인데. 소원을 이루리라, 조언하는 저 사내는 내가 무엇을 탐하는 지 알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감히 상상되지 않으면서도 흘러들어오는 공기는 탐욕스럽기 그지없다. 매일 같이 지워지지 않는 웃는 낯으로 그들을 보았던 제 시선은 그저 누군가를 모방한 것일 터. 그것을 보는 자들은 하등 무지하게도 존경을 두며 배움을 받는다.
" 카모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생에 행복이란 감정을 두었던 적이 단 한 번 존재했었답니다.
당신도 보셨듯이 나는 타인은 물론, 본인 속에 있는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해요. 그들이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거나… 반대로 즐거워하거나 기쁜 것을 느끼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하지요.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의, 그 얼굴에 올라오는 감정의 씨들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 어떤 공감도 내어주지 못 하지만, 흥을 즐기는 건 괜찮잖아요?
무엇보다 그 단 한 번의 행복을, 나는 아직도 되뇌이며 탐하고 있답니다. 내가 무슨 행동을 행한다 한들, 그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면…… 그 어떤 결과로 떨어져도 무섭지 않아요. "
그럼에도 소원을 이루길 바란다면 눈을 감아요, 카모스.
내가 바랐던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줄 테니.
" 응. 네가 소원을 이루는데 도와줄 수 있다면야 기꺼이. "
나지막이 덧붙히며 야살스러운 웃음소리 하나 내어본다. 이윽고 두 눈 앞을 거뭇하게 만든 사내를 보며 잠시의 침묵을 둔다. 이후 왼손에 쥐어잡아, 제 몸의 중심을 잡았던 지팡이를 바닥으로 거세게 내려치는 여인. 그것이 두어 번, 세 번… 네 번. 옅은 힘으로, 얄팍한 체력으로 무엇을 하는 걸까 싶은 그때… 날카로운 날을 내보이듯 여러 조각으로 떨어져 나간 형태가 되어버린 지팡이. 여인은 그의 중간 길이로 짧아진 것을 위로 치켜 올린다.
거친 숨소리, 희열을 가리는 마음. 그 치켜올린 지팡이를 한 걸음 걸어, 사내 앞으로 다가가 심장 부근으로 꽂아 넣는다. 힘이 부족하였기에 몸을 기울여 앞으로 나아간 여인은 관통해 들어가는 그것을 두 눈에 담아, 시선 가늘게 뜬다.
" 사, 살려... "
이미 제 눈 앞, 들리지 않는 단 듯 다시금 빼들은 그것, 사내의 어깨 춤 위로 한 번 더 꽂아 들어가며 이내 눈 앞의 이를 편안한 안식 속으로 넣었다는 듯 기우는 몸, 떨어지는 몸을 내려본다.
절뚝거리며 다가가는 다리, 흔들림이 멈추지 않아 카모스 얀투넨의 싸늘함 앞에 내앉아버린다. 이것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들고 있던 ' 국화꽃 3송이 '. 그것을 꺼내든 여인의 손. 한 송이는 그 목을 따내어, 따스한 흐름이 가득담긴 사내의 심장에 꽂았으며 나머지 두 송이는 귀신이 들린 양 갈가리 찢어버리며 카모스의 얼굴, 어깨, 그의 머리카락으로 흩뿌린다.
" 아, 아… …… 하, 하하…… 아하하! "
두 눈 앞에 그려진 것이 꼭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느낌이었을까. 이곳에서 한 번도 내보이지 않은 명쾌한 웃음소리. 그의 소리 안에 홍조 띄우며 웃고 있는 한 여인. 향이 존재하지 않으며 살아숨쉬지 않는 조화인 국화 꽃들의 거짓 잎들은 검붉은 것에 오염되지 않아 어쭙잖게 휘날린다.
"아아… , 이것을 담아 낼 수 있는 캔버스가 이곳에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당신이란 작품이 겨우 완성이 되었다는 것을 세상 모두가 알아야 할텐데!
참으로 안타까워요, 카모스 얀투넨. "
이청혜, 그 여인의 눈은 이제야 진실된 양 제 앞에 옅은 숨 하나 못 쉬어, 떠버린 시체를 내려본다. 사람들을 살아있다, 느끼는 것이 아닌 작품으로 보며 흥미로움만 느끼던 여인이었으니 오죽했을까? 이것이 바로 이청혜의 행복이자 쾌락이었다는 것을 아는 이들 또한 공감을 내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론! 그런 사람은 존재할 리 없겠지만 말이다.
── 호텔 로비, 분명 카모스가 장식해 놓았던 어여쁜 작품 하나. 프레임 위로 단조롭게 꾸며둔 것은 당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음을 느낀다.
호텔 로비로 차분히 들어서는 발걸음, 어찌나 조잡했던지 엇갈리는 소리 속에 절뚝거리는 여인이 함께 한다. 붉은 기 닦아내지 않은 손으로 집어든 타인의 작, 그것을 엔딩을 내어 본 카모스 얀투넨이란 작품 위로 올려주었다.
" 저 꽃이 조화가 아닌 생화였었다면 새빨갛게 변해간 것이, 참으로 사랑스러웠을텐데… 조금의 흠이 안타깝네요.
그래도 내 손길로 장식된 당신은, 먼 훗날 카모스라는 이름을 지닌 아름다운 자의 유작으로 발표되길 바라요. "
내 행복, 기쁨…… 아아, 다시금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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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사랑스러웠고 아름다운 작품. ────
다음에도 부디, 소원 하나 들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