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나누었던 대화(일댈, 댓글)가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 글이 두서없이 가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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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봐왔던 푸르고도 넓은 하늘이
철창 하나로 가로막혔으며
제 시선 앞을 가려버렸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걸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걸까
깊은 흐름을 전해주었던 모든 향기들을
이제는 느낄 수 없는 걸까
차가운 현실만이 나를 바라보고 서 있는 느낌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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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서움과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제가 봐왔던 모든 풍경들은 단위를 셀 수 없을 만큼 넓었고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아름다움들이 넘쳐왔기 때문에. 꼭 새장 안에 갇힌 새처럼 되어버린 이런 상황에 … 적응 조차 할 수 없었다.
정신을 놓고 안절부절거리다 보니, 어느새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싶었다. 왠지 모를 압박감에 저 또한 눈이 맞은 이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노력은 해보았지만… 안녕, 이라는 말 뒤로 슬금슬금 숨어버리는 제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외로운 길을 걸어가던 한 아이였을 뿐이니까.
그런 내 행동에 그는 아마도 어이없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이 무섭냐며 물어보는 게 아니던가. 나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그냥, 그냥… 제 마음이 이 상황을 받아 드리지 못했을 뿐인데.
… 그래도 나의 이런 모습에 피하지 않고 알려주던 두 글자의 이름. 왠지 모르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외롭기만 했던 내 마음에 타인의 이름인, 타인의 인생인 두 글자가 들어온 것에 큰 행복감이 다가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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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온 후부터 매일매일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무슨 색을 볼 수 있을까. 오늘은 어제와는 또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을까. … 터무니없는 짓인걸 알지만 또 다른 향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계속된 기다림을 마음에 넣어보았다.
그런 복잡한 마음들 안에서 시선을 돌려보았을 때, 보이던 단 한 사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냉정함과 여유로움으로 가득했었던 사람.
… 자신의 시선을 눈치챈 건지, 말을 걸어주더라.
컨디션이 꽤나 좋아보았던 그였기에, 질문 하나를 내어도 받아준다는 소리에 조금 장난스러운 생각 밖에 나질 않았다. 그를 바라만 봐도 느낄 수 있는 강인함과 여유로움, 아마 모든 이들이 인정할 것 같은 느낌들. 아마 그러면 마음만 먹으면 이곳을 엉망으로 만든 채 떠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왔다. 저와는 다른, … 운명이 느껴졌으니까.
… 폴로 씨가 벽을 치면 부서질까?
나지막이 건넨 나의 한마디였다. 이 말은 들은 너는 자신도 궁금하다는 듯이 다가와서는 벽을 툭툭, 쳐보았지. 그리고는 여유로운 느낌으로 가능하다고 했었던 것 같아. … 그 소리를 들은 나는 정말 놀랬을 뿐이었어. 장난으로 꺼낸 농담이 진실이 될 줄 몰랐으니까.
나를 이용해서 탈출을 하려는 건가?
아니,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한 적도, 하려고 한적도 없었어. 나와는 달리 너무 강해 보여서, …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내 안에서 작게 몰려온 호기심일 뿐이었어.
솔직하게 말해봐. 나가고 싶지 않은가?
… 솔직하게라면 나가고 싶어.
내가 봐왔던 모든 풍경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내가 느껴왔던 모든 향기들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나가고 싶고 느끼고 싶어. 이곳에 갇혀버린 것이 꼭 새장 속의 새가 되어버린 느낌이니까. 너무나도 지독했어.
새가 나는 법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날아오를 수 있지.
정말 그런 걸까. 계속 그리워만 하는 이 현실이… 계속된다 해도
내가 잊지만 않으면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 거짓된 말이라도, 왠지 그의 말이었으니 믿게 되는 건 어째서일까. 왠지 모르게 다시 저 하늘을 푸르고도 향기롭게 볼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바다로 놀러 가야겠다.
그곳에는 폴로 씨가 있겠지?
그냥 떠오른 생각일 뿐이었다. 왠지 이곳에서 나간다면 한 곳에서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곳을 가보고 싶다 생각했으니까. … 무엇보다 제게 이리 따스한 감정을 알려주는 그가 있는 곳으로 가보고 싶었으니까.
꼭 구경시켜 주겠네. 내가 약속하지.
… 처음 걸어보는 약속. 무엇보다 제가 먼저 걸었던 약속들은 지켜지지가 않았던 나날들이었는데. 그런 나에게 먼저 걸어준 따스한 약속이었다.
어째선지, 마음에서 올라오는 깊은 감정이 느껴졌다. 외롭기만 했었고 그런 감정에 익숙해지기만 한 나였는데. 왠지 모르게 올라오는 감정에 가슴이 저려왔다.
나 때문에 네가 좋은 기억들이 생긴다면
분명 같이 다닐만한 것 같네.
기뻤다. 그냥 뱉은 말일수도 있겠지만 약속을 이어가는 느낌이 들어왔기에. 꼭 그 약속이 지켜질 것만 같았기에. 작은 희망이 아닌 큰 희망을 받은 느낌에 내 자신이 너무나도 벅차올랐다. … 이런 느낌을 내가 받아도 괜찮은 걸까. 너무 과분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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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와 약속 하나를 걸었다. 이곳으로 와서. 아니, 아마 내가 현재를 존재하고 나서의 처음으로 남은 약속. 그 하나의 약속 때문인지. 하루하루 올려다보는 하늘을 보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하염없이 드리워하던 하늘을 잊은 채, 앞을 보는 자신을 볼 때가 많아졌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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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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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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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까지 나가고 싶은 건 아니었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해도
네가 다치지 않기를 원했어.
대체 어째서야?
왜 그렇게까지 해버린거야.
…
지금 이 상황은 너무나도 가혹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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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시끄러웠던 일이 끝나갈 때쯤에.
쉽지 않은 용기라는 단어를 잡은 체 그에게로 향했다.
왜 이렇게 무리를 한 거야. … 바랬던 일이었지만
잃어버린 게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어째서, 어째서? 나는 무한의 질문을 남긴 체, 잔뜩 구겨져버린 얼굴로 그의 앞에서 울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며 그는 한마디를 올려주었다.
경치 좋은 곳을 보여주기로 약속했잖냐.
그거에 비하면 이건 잃어버린 축에 속하지도 않지.
기껏 꺼내줬으니 넌 자유롭게 날면 된다.
… 미련해. 너무 미련해. 그 약속 하나가 뭐라고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이러는 거야. 내 마음이 아파오는 지금이,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직시된 현실에 눈물만 나와버렸다.
하지만, 하지만.
아마 너는 내 미소를 좋아했었던 것 같으니까.
… 꼭 한 번은 환하게 웃는 미소로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마저 울어버리기만 한다면,
그 이상의 민폐는 없을 테니까.
억지로라도 한번 웃어볼 테니까.
… 아니, 억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한번 웃어볼 테니까.
… 경치 안 예쁘면, 나도 혼낼 테니까.
꼭 예쁜 곳으로 데려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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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
나도 약속 하나를 걸고 싶어.
내가 너에게 거는 약속, 그 단어를 걸고싶어.
네가 더 이상 네 자신한테 무심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지금은 …
숨겨왔던 나의 속마음을 한 번만 들어줬으면 해.
억지라고, 불확실하다고 느껴도 좋으니까.
들어주기만 해줬으면 해.
폴로 씨
나는 지금까지 폴로 씨가 인간들이 말하는 아빠 같은 느낌의 사람이라고 느꼈었던 것 같아. 따스하고,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계속된 시큰한 마음이 가족이라는 느낌일까 했어. … 하지만 있잖아.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폴로 씨의 손길이 떨어지지 않기를 원했어. 어째선지 그런 분위기가, 그런 향기가 계속되길 원했어.
이런 마음이 … 아빠라고,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나온 게 아닐 거라는 건 나도 아니까. 부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 이런 내가 해도 되는 말일까 싶지만.
끝에 웃지 못할 상황이라도 웃어 보일 테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 같아. 폴로 씨를
마음깊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너를
… 숨기고 싶지 않았어.
내게 따스함을 알려줘서 고마워,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