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앞서서, 한 말씀 올립니다. (합앤이에요)
악 차언(망자)와 이서윤(의식불명) 이기 때문에…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까 무한적으로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으로 작성했습니다.
배경은 악 차언 사망 후부터 이서윤의 의식불명 사건을 거쳐 온 한 줄 소개 및 허갠 다수 들어가 있으며, 서윤이가 깨어난다는 전재하에 작성이 된 로그입니다.
초반에 언급된 서윤이와의 약속은 '건율이 와 설화의 생일에 맞춰서 생일축하해 주기'이며 지키지 못한 채, 이별을 고했습니다. (러닝 상황 상, 역허갠이 가능했기에 약속을 지켰지만 이글의 내용으로는 지키지 못한 것으로 정정하고 이어가겠습니다.) 글이 조금 두서없이 가는 점은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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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앞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전해 들었었던 주마등이라는 걸까.
죽기 직전이 아닌, 죽고 나서의 후회에 따른 주마등이 이런 느낌인 걸까.
시끌벅적한 숙소부터 하나 둘 정신없이 남을 놀리던 아이들과 제 머리로 미용 놀이를 하던 아이들, 싸우며 웃고 화내던 아이들. 가지각색의 기억들이 제 머릿속으로 천천히 스쳐 지나간다. 제 아이들의 환한 미소,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 혼이 빠져나간 표정. 그들이 행하던 모든 행동과 장면, 그리고 향기들. 그 모든 것들이 이리도 생생하게 기억되어 온다.
후회만 하는 지금, 이런 나약한 마음으로 걸지 않으려 했던 약속을. 제 자신을 속이고 어겨버린 체 어느 아이에게 하나 내밀어버렸었다. 제 아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 누구에게도 걸지 않았던 그 흔한 약속을 내밀어버렸었다.
하지만, 끝으로도 그것 또한 지키지 못하고 와버렸다는 결과가 나를 무참히… 옥죄어왔다.
많이 실망했으려나. 적어도 그 얼굴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냥 … 그 아이가 이 약속을 까먹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걸까.
눈을 감으면 여러 생각들이 몰려오고 눈을 감으면 친우들의 얼굴들이 기억되어, 떠올라온다.
떠오르는 얼굴들 중에서 확연히 보였던 한 아이. 아마도, 제 기억에 남아버린 사람들 중의 하나. 무척이나 밝은 미소로 빛을 내던 그녀. 원치 않았던 무한의 휴식 속에서 무한의 생각과 후회라는 감정 안에서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길고 긴 깊은 꿈 속으로 들어가 본다.
어느 기나긴 꿈 속에서
투명하기만 한 나 또한 그녀에게 약속을 하나 걸었던 것 같다. 내가 받은 약속이 아닌, 내가 그녀에게 걸어버린 약속. 아마도 그것은 다치지 말라는 흔하디 흔한 조언과도 같은 걱정이었을 것이다. 이 깊은 꿈을 타고 전해졌으리라 생각했던 저의 약속.
분명 전해졌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허망하고 외로운 꿈 속으로, 이 깊기만 한 어둠 속으로 한 발자국 들어왔버렸다. 그녀 또한 제가 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내게로 온 것일까. 서로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겹쳐왔기에 내 눈앞에 네가 나타난 것일까.
… 만약에.
이게 정말 꿈이라면, 조금 솔직해져도 괜찮을까.
이게 정말 꿈이라면, 따스한 네 곁에 조금만 더 머물러볼까.
너는 소중한 사람들이 많잖아
여기서만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야, 너는.
분명 깊은 꿈일 뿐일 텐데도 왜 이리 불안하고 마음이 아파오는 것인지. 그녀를 기쁘게만 보고 있으면 어째서 주위의 공기들이 나를 옥좨오는 느낌인 것일까. 붙잡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몰려오는 게, 기분 탓이 아니었던 걸까.
돌아갈 방법을 몰라
괜찮아. 네 앞에 준비되어 있는 모든 길은 따스한 향기로,
꽃잎들이 눈앞을 비추어주며 피어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젠간, 네 앞의 길이 열릴 테니
그러니 지금은 네가 외롭지 않게 같이 있어줄게.
어서 돌아가자. 네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나도 늦지 않게 같이 가줄 테니까.
그럼 우리 둘 다 나아서 만나면 되겠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내 앞에만 보이는 듯한 저 자욱한 그림자들은 그냥 깊은 꿈의 구멍인 것일까.
… 아니. 아마도 이 자욱하게 낀 그림자들은 제 앞을 이미 예측하고 제 앞을 알려주는 것이겠지.
이어지지 않는 저곳이 내 남은 길이라는 듯이.
나는 조금 늦을 것 같은데. 기다려줄 수 있을까
허망함에 기댄, 허물 뿐인 말. 이런 거짓이라도 그녀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면 몇 번이든 할 것이다. … 그녀가 실망하게 된다 해도 이 깊은 꿈 속만큼은 그녀가 편안하게 미소 짓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얼마나 기다리면 돼? 라는 질문에 네가 지치지 않을 정도까지 라며 거짓이 깊게 섞인 말을 내었다. 제 자신을 또 한 번 속이고 그녀를 속이며 내밀어버렸다. 그녀가 기다리다, 지쳐버린다면 나를 잊어버리기를 바랐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아마 돌아갈 수 없는 몸일 테니까. 돌아간다 해도 투명하기만 한 영혼일 뿐일 테니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내게 약속을 걸어온다. 이 모습으로 또 한 번 다가갈 수는 없다는 걸, 나 자신은 너무 잘 알고 있을 텐데도. 그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나는, 정말 야속하게도 그 약속을 받아 들어버렸다.
부디 네가 나를 너무 기다리지 않기를,
부디 네가 나를 오랜 기간 기억하지 않기를.
하며 복잡한 생각을 놓았다.
꿈이 길어져만 갈수록,
깊고 어둡기만 한 그림자들이 제 앞을 더욱이 막고 있다.
이아이를 붙잡아두는 것이 좋을 리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이.
이아이를 제 마음에 두는 것 또한 욕심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듯이.
그래도 나는
이리 따뜻하고 달콤한 꿈이 끊기지 않길 원하니까.
이리 따스하고 싱그러운 향이 끊기지 않길 원하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그녀는 돌아갈 곳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나와는 다른 꿈을 걸어갈 아이 일 것이고.
내가 놓아야 했으며 그게 맞는 행동이라는 걸,
제 자신은 알고 있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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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길어만 갈수록
섞여오는 감정들에 의해 초조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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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더 이상의 빛은 없으리라 생각했건만,
어째선지 이리 큰 빛이 나를 바라보지 않던가.
정말 내 앞이 어둡기만 한 게 맞는 것일까. 내 앞길을 가로막는 저 그림자들은 나 자신을 비추는 게 아닌 어둡기만 한 내 마음이, 물러가기를 바라는 일렁임이 아니었을까.
…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척이나 어여쁘고도 희망 가득한 미소로 바라봐주는 그녀의 눈을 제 머리가 기억하고 남기며,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고 그녀의 마음속에서도 내 모든 것들이, 나와 나눴던 모든 감정들이 지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 잡아놓고 싶었다.
그녀가 지치지 않았으면 바랬다. 지치지 않을 정도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말은 분명 제 진심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제 마음속에서는 그녀의 안에서 내가 지워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아, 끝까지 나는 나를 속이고 너를 속이려 했구나.
어째서 나는, 한순간이라도 진심으로 대해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걸까.
… 늦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노력해 봐도 괜찮은 걸까.
… 내가 너를 속여버린 거짓말이 있어.
지금이라도 솔직해지고 싶어서, 들어줬으면 해.
네가 울지 않길 바라서, 네가 미소 짓기만을 바래서. 그래서 거짓을 입에 올렸고 그 거짓을 밝히고 싶지 않았는데. 너를 돌려보내야 할 날이 가까워질 것 같아서, 그래서 너무나도 두려웠어. 하지만 끝까지 거짓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서, 지금에서야 솔직해지는 이기적인 나를 용서하지 말아 줘.
… 그리고 들어줬으면 해.
너에게 나를 기다려달라는 말,
너에게 … 하루빨리 가겠다는 말을 했었지.
나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어. 나의 이기심에, 네가 웃기만을 바라서 한 약속. 지금 이 모습으로는, 지금 이곳이 너를 만날 수 있는 종착점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 네 앞의 길은 아직 멀고도 밝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내 앞의 길이 열리지 않는 것 같아서.
… 같이 가겠다고, 빨리 가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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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이기적일 뿐인 놈이라도, 이기심 많은 말만 하게 될 것 같아서. 그걸 입 밖으로 내는 걸 막기가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들어줬으면 해.
첫 번째 인연은, 레몬사탕을 전해줬을 때였겠지. 아마 얼굴만 알고 있던 사이의 인사였을 거야. 자신의 가족들을 챙기는 모습에 왠지 나와 동일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네.
두 번째 인연은, 제 화를 못 막았을 때. 작은 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차분하게 나를 막아주었던 너. … 제 분에 못 이겨, 거친 행동을 했음에도 내 걱정을 건네주었었지.
세 번째 인연은, 제정신을 조금 놓으며 돌아왔을 때. 이때의 너도 장난스러운 말로 다가와주었던 것 같네. 아마 제정신이 흔들렸었는데, 덕분에 웃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네 번째 인연은, 네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모든 이를 바라보던 네 미소가 점차 지워지려고 했을 때. 마음이 미어져오는 게, 어째선지 너무 신경이 쓰여서. … 우는 너를 처음 보았을 텐데도 그 처음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려와서.
다섯 번째 인연은, 지금의 이곳. 깊고 깊은 꿈속일 텐데도, 어째선지 너의 따스함이 계속해서 느껴져 오고 너의 향기가 이리도 간지럽게 느껴지는지.
하나하나가 지금 이 순간, 눈을 감아도 계속 떠올라.
울지 않기를 바라고, 항상 웃어주기를 바랐어.
이기적 이게도, 네가 나와 대화하는 순간순간들에
내게 집중해 주는 것에 행복했어.
… 만약에,
… 만약에.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이런 나라도…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내가 너를 기다리게 해 주면 안 될까.
소중한 이들과 인사하고, 만나고.
앞으로의 길을 걸어가는 너를 바라보고 싶으니까.
네가 너를 놓지 않고 이어가기를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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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력이 좋지 않다 했었지.
만약에 네가 나를 잊는다고 해도,
내가 너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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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는 사실 원형이었고 우리는 반만 보는 거래,
그래서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건
언젠간 돌아온다는 것이래
… 네가 내게 전해주었던 말이었지.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아
우리가 반만 보는 이유는,
그 보이지 않는 무지개의 절반이
언젠가는 보이길 바라고 숨어버린 게 아닐까.
절반만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그 반대편에 있는 무지개가
자신도 언젠가는 네 눈에 비추어지길 바라고,
기다리는 게 아닐까 하고.
… 그러니까.
네가 저 아래서 보는 무지개의 반대편에서
내가 천천히 걸어가 볼 테니까.
그 숨겨진 무지개가 되어,
언젠가는 네 눈에 비추어지길 기대할 테니까.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가며, 너를 바라볼 테니까.
네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인사를 하고 오는 길들을 보며,
내가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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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가 되든.
다음생에도, 그다음생에도.
모든 장면들과 앞으로의 만나볼 향기들을,
모든 전부를 나와 함께 해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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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모든 날에 내가 너의 눈에 비추어지기를,
이후의 모든 날에 내가 너의 곁에서 떨어지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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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했고, 좋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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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생을 기약하며.
나에게 이러한 큰 행복을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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