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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뒤섞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눴던 대화 대부분이 들어가 있습니다.
엔딩에 맞춰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글이 두서없이 갈 수도 있습니다.
한없이 차갑기만 했었던
홀로 서 있던 길,
따스한 바람이 느껴지니.
자기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이 어언 10년이 넘어갔다. 그때동안 실없는 웃음으로, 거짓된 행동으로 살아왔었기 때문인지 몸에 배어있는 모든 행동과 모든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왔었다. 현재의 제 자신의 모습과도 같이, 진실이 아닌 거짓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한 듯이 말이다.
그때였다. 쉴 틈 없이 모든 것을 잊기 위해 노력하고 끝을 맺기 바로 전, 초대장 하나가 내게로 도착했다. 처음에는 흥미가 없었던 것 같다. 나락에서 보냈던 나의 생활이 빛을 보기도 전이었으니까. 또한 여유로운 여행 같은 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깊었으니까. 하지만 초대장에 적힌 '우리는'이라는 단어에 시선이 갔다. 홀로 살아가는 세계에서 우리라는 단어가 존재할리 없는데. 이러한 초대장이 제게로 오다니, 조금은 흥미롭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그 흥미로움을 타고 유람선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밝기만 한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항상 어두웠던 풍경만 봐왔던 터라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기에 바빴을 뿐이었다. 그래도 나에게는 나만의 거짓이 있지 않던가? 시선을 돌리다가도 마주쳐버린 그의 시선을 반듯하게 바라보며 언제나 그랬듯이 눈꼬리를 휘어, 싱긋 웃어보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농담으로.
예쁜 도련님이네.
내 앞의 예쁜 사람의 이름이 궁금해져 오는데,
우리 도련님은 이름이 뭘까?
누가 보면 꽤나 능청스러운 여성이 말을 거는구나, 싶을 정도로 친근감이 있는 톤으로 다가섰다. 이걸 들은 제 앞에 있는 남성이 자리를 피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처음 보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반응이 나오기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예쁜 사람이라니, 자기 말 달콤하게 잘하네?
애인만 5명 있고 이런 거 아냐?
내 이름? 맞춰볼래?
꽤나 덤덤하게 자신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저리 능청스럽게 제 자신을 받아치다니, 제법이네? 하며 생각이 들어왔다. 이런 분위기로 경쟁을 하는 게 아닌 단순하고도 작은 호기심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어머, 애인만 5명이라니. 차라리 내 쪽이라면 결혼이 다섯 번인 게 그럴싸하지 않겠어? 그보다 나는 퀴즈 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어서 말이야. 그냥 알려주지 않겠니.
아, 그건 유감이네. 맞추면 뭐 해줘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괜한 고민이었구나. 난. 기운. 성이 기 씨고 이름이 운. 자기는 얼굴 따라 예쁜가?
내 이름은 그리 예쁘지 않은데 말이야. S, S라고 하는데… 아!
이제부터 우리는 운명이니, 우리 예쁜 운이라고 불러볼게?
이름이 진짜로 S 뿐이야? 아닐 것 같은데. 이럴 거면 자기한테 기운이라고 안 하고 G라고 했겠지. 계약서에도 S라고 쓰면 효력발휘 안 되는 거 아나 몰라. 자기는 앞으로 운이라고 부르지 말고 G라고 불러.
처음이었다. 제 자신의 이름에 의문만을 가진 아이들은 수 없이 많았었는데, 이토록 아까워하며 말을 붙이는 것이. 다들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던 분위기에서 이 아이만은 제게 따지듯 다가왔다. 기분은 나쁘지 않았었다. 저리 말하는 게, 꽤나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삐진 것 마냥 귀여웠으니까.
원래 여자는 비밀이 많은 법이거든. 이런 여성이 인기도 많은 법 아니겠니?
끝없이 울리는 웃음소리. 아, 왠지 즐겁다는 느낌이 들어왔다. 이런 능청스러운 사람을 상대하는 게, 꽤나 흥미로웠으니. 꼭 제 자신의 행동이랑도 겹쳐 보였지. 하지만 이 느낌이, 제가 즐기고 있다고 느끼는 거짓된 생각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오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를 만큼 계속되어 가는 대화로 인해 제 안에서 작은 호기심이 생기며 자리를 잡아갔다. 나는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그 감정을 눈치 못 챈 채, 그를 바라본다.
그 이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별로 중요하게 듣지는 않았었다. 뭐, 명함을 보니 심부름 같은걸… 하는 건가. 싶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별 흥은 없었다. 굳이?라는 생각에 받지 않았던 명함. 그런 명함보다는 제 앞의 아이가 내는 목소리와 표정이 더 재미있을 뿐이니까.
그가 내게 말을 건네었다. [ 자신은 을의 입장이니, 연락만 해주면 목줄을 쥐어주겠다 ]며. 그 말을 들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대화를 하던 도중에도 그 말은 제일 마음에 들지 않던 말이었으니까. [ 내가 원하는 건, 언제든 풀릴듯한 목줄이 아닌 서로의 목숨을 원한단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로 묶인 목숨줄을 쥐는 거지. ] 아마 너와는 다른 생각인 나였으니. 이 말을 내었을 때까지 해도 조금 안 맞는 사람이려나, 하고는 넘어가듯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들을 다 뭉게 버리는 듯, 아주 밝은 미소를 띤 그는 나에게 더욱 다가왔다. 제가 바라는 건 목숨이라고, 큰 것을 바란다는 듯이 꽤 욕심부리며 내었던 장난과도 같은 나의 진심에 [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게 목숨 ]이라며 그는 더욱 다가왔다. 또한 제 손을 자신의 가슴팍에 올리는 행동에 조금은 당혹스러웠다.
… 당혹스러움도 잠시였다. 손과 발이 아직까지 초봄의 날씨인 지금, 차디찬 바람이 겹쳐져서 차가워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품 자체가 정말 따스해서 그랬던 걸까. 박동소리의 울림이 차분하게 제 손을 타고 제 심장을 두어 번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처음 느끼는 간지러운 움직임들. 그것이 나를 조금 감쌌다.
그렇게 가까워진 사이, 그는 나에게 나는 냄새가 좋다며 향수를 뿌리는지 물어본다. 괜히 내 앞에 있는 이 귀여운 강아지를 놀리고 싶은 느낌에 [ 내 향은 아주 비밀스러운 향 ]이라며 [ 알고 싶다면 끼를 부려봐 ]라고는 능청스럽게 그를 대했다. 그 질문을 그대로 받아 들듯, 그는 따스한 손길로 제 뺨과 옆목을 거쳐, 뒷목을 감싸온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갑작스레 들어온 느낌에 놀래야 정상이었지만 꽤나 나쁘지 않은 손길이라 생각했기에, 그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들…
자기는, 마치 꽃 같아. 벌이든 나비든 벌레든 향긋한 꽃가루로 유혹하는 그런 꽃. 붉어서 더 매혹적이라 생각하는데. 참 자기의 잘난 면을 잘 안달까?
내가 그리 매혹적인 꽃이라면, 우리 운이는 벌이겠네? 내게 다가오는 발걸음도, 시선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다가왔으니까.
그보다 이리 귀엽게 끼 부리니… 알려줄 수밖에 없겠네. 매화향이란다. 내가 정말 아끼는 꽃이자, 내 사랑의 꽃이거든. 운이가 나를 알아본 대로 꽃이긴 하네? 향도.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가까워지는 거리가 나쁘지 않았다. 이리 가까운 거리라면 거북하기 마련이었는데. 두 사이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어도 처음으로 겪은 게 아닌 것 마냥, 그를 받아들였다. … 솔직하게 말하면 이런 간지러운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왠지 제 자신을 내보이는 느낌에 밀쳐내야 했는데도, 그러고 싶지 않다고 몸이 먼저 밀어냈으니까.
그렇게 싱그러운 분위기를 느끼며 간질거리는 마음을 넘겨버린 상태로 날들이 지나갔다. 그를 볼 때면 귀여운 강아지정도로 느꼈다 생각하니, 그냥 너를 귀엽게만 바라볼 뿐이었다. … 하지만 모든 이들도 귀엽게 보던 나였기에, 동일시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닌가? … 아니었나.
내가 정말로 저들과 너를 동일하게 바라봤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감정들이 왜 이리 자신을 괴롭히는지, 왜 이토록 애틋한 느낌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기에 이 순간 느껴지는 간지러움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후의 사건이 터 지고 난 후.
나는 그 또한 내 나락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나락에서 또한 빛을 낼 방법이 내가 지금껏 해왔던 모두를 속이는 행동, 그것뿐이라고 생각했다. 제 눈앞에 있던 그는 꽤나 불안해 보였었기에, 남들이 볼 때에도 이상해보이는 내 웃음소리에 너는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작은 궁금증이 몰려왔다. 내려오는 비를 한참 맞으며 그에게 다가가, 헛소리와도 같은 제 말을 내었다.
꽤 즐겁지 않니. 우리의 여행이 이렇게나 파란만장할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나 큰 이벤트가 찾아와 줬으니. 그렇지?
누가 봐도 안쓰러워 보이는 웃음소리, 상황과도 맞지 않는 말. 그런 것을 들은 너는 아까까지 내보였던 모습은 없어진 것처럼, 언제 두려워했냐는 듯이 웃으며 되려 맞춰주듯이 다가와준다. 그리고는 내게 자신의 옷을 걸쳐주며 들어가자 하더라.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나를 보며 걱정을 했었다.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소리에 제 체온이 떨어질까, 더 다가와서는 나를 감싸주었는데… 어째서 이리, 나에게 따스하게 구는 것일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 텐데. 어째서 이리도, 마음이 아려오는 걸까.
왠지… 나도 모르게 나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분명 나밖에 믿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가 자꾸만 생각나고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듯, 떠올랐다. 의구심이 드는 상황인데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오며 그 사람을 떠올리면 … 참으로 이상하게, 설레오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바라볼 때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꾸밈이 없는 미소를 올릴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서슴없이 다가가서, 손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그 사람을 잡아끌고 싶은 욕심까지도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그 사람을 밀어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전부 다 내보인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기에 기다려달라는 말만 연신 내뱉었다. 금방이라도 뻗으면 닿을 거리인데도 나는 제 나약한 모습에 그 사람이 실망을 할까, 외면을 할까 두려웠다.
나는 강인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 미소가 헤프지 않다. 무엇보다 제 속마음에 솔직하지 못한다. 나약하고도 눈물이 많은 나였기에, 그런 나를 숨겨왔기에.
복잡한 생각들로 인해, 머리를 짚으면서도 멍 때릴 때가 많아졌다. 생애 처음 느껴보는 감정. 너무 낯섦이 가득한 공기들. 그를 보고 있을 때는 편안함만이 가득하기에 넘겨버렸지만 홀로 있을 때마다 떠오른다.
나는 …
네 밝은 미소와 나를 바라보는 시선,
네 따스한 마음,
네가 보여줬던 모든 배려,
그리고 네 눈물까지도.
… 그랬던 것 같네.
아이야.
내 말을 잠시 들어줄 수 있겠니.
언제부터인지, 시작도 잘 모르겠기에 시작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네. 아마, 이런 느낌이 첫눈에 반했다는 느낌일까? 후후. 첫 만남 때부터 내게는 너라는 사람이 너무나도 새로웠기에, 아마 작은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본 것 같네. 어째선지, 내 앞에서 환하게 웃던 네 미소가 지워지질 않더라고
하루가 지날수록 나를 배려해 주는 네 모습과 나만을 위해준 네 행동, 모든 것들이 계속 떠오르고 내 마음에 자리를 잡더라.
네가 내게 다가오는 거리가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는데, 그 또한 내 속에서는 큰 일렁임이 일어나는 것 같았어. 그게 너무나도 어지러워서 속이 뒤집힐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처음에는 몰랐었는데, 너를 생각하고 너를 기억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어오는 것 같더라.
내가 너에게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한 다했었지.
그건 아마 내가 바랐던 나의 모습일지도 몰라. 근데… 그런 말로 씩씩하게 내게 와준 너를 보면서 부정하게 되었어. 그것 또한 귀엽고 어여뻐서, 왠지 모르게 부정하게 되더라. 어째서일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도 점점 복잡해져서 피해버렸었어. 근데 지금 와서 보니, 그냥 그런 네가 너무나도 좋았었기에 생각을 고치게 되었단다. 용기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 내 앞에 있는 소중한 이를 놓치지 않았음을 바란 것 같다고.
내가 어떤 사람이어도 상관없다는 너의 말.
의심한 적도 없단다. … 물론 나는 믿지 않으려 했고, 그 말을 멀리 하려고 했던 것 같아. 사람이란 언제 변해도 이상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너는 내가 그럴 때마다 기다릴 수 있다며 나를 미워하기는커녕,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줬으니까. 내가 틀렸구나, 생각했을 때에 조금이라도 밀어내지 않을 걸, 잡아볼걸 하고 후회하게 됐어.
이름을 숨긴 채, 내게로 온 편지 한 장.
꽤 귀여운 아이가 보냈구나, 하면서 봤는데. 이름은 숨길 필요 없었던 것 같아. 아무리 봐도 내게 이렇게까지 해줄 사람이 너밖에 없었는걸. 이렇게 티가 나서야… 내가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잖아. … 내 품에, 아직까지도 남아있어.
이런저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사라지지 않은 채 내 머릿속에서 맴돌아. 어쩐지… 꼭 홀린 것 같이. 아니, 이미 홀렸나 봐.
나 또한 너와 동일해.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네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모든 것을 보듬어준다는 큰 약속까지는 버거울지는 몰라도, 그런 약속을 걸고 싶으니까. 내가 그랬었지. 서로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게, 나만의 취향인 것처럼. 내게 준 네 목숨, 나는 이미 받아버렸으니. 또한 그것을 내 심장으로 넣었으니까. 나 또한 네게로 내 모든 숨을 건네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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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하하!
봐, 벌써 네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리 신나게 말을 해버렸잖니. 더 말을 하려 해도, 더 내고 싶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러면 중요한 말을 더 미룰 것 같아서. 일단 여기까지만 해볼 테니까. 궁금하면… 나중에 나에게 달려와줬으면 하는 마음이 많으니 지금은 남겨둘게.
정말, 입이 안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라.
내가 이렇게 살면서 이리 소심 해진 건 처음이라.
단 한 번만, 말할 테니까. 꼭 들어줬으면 해.
너의 세계로 들어가 있는 내 발걸음이지만,
좀 더 짙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기에.
이제는 정말 같이 걸어가고 싶기에.
내 마지막 인생의, 운명이 되어주겠니?
승자의 여유를 느끼게 해 줘.
나 또한… 너와 함께하는 승리의 미소를 지을 테니.
이제는 거짓된 내가 아닌, 진실된 내가 나의 G에게.
좋아해.
이제 너를 위한 꽃으로 피어있을 테니,
내 곁에 남아있어 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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