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지배해 버린 마음은 어지럽기만 했었구나.
조금만 더 외면했었으면 좋았을 걸.
조금만 더 웃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미련하기만 했던 제 자신이
이토록 한심하게 떨어질 거라는 걸 알고 싶지 않았는데.
지니고 있던 수첩. 그것은 지금까지 써 왔던 나의 모든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작은 수첩이었다. 한 장, 한 장… 넘겨볼 때마다 보이는 글씨들은 꼭 어린아이의 글씨체처럼 엉망이며 가지런하지 못한, 너저분한 느낌이었다. 이 수첩을 바라보는 자들은 아마, 어린아이의 일기정도로만 생각될 터이다. 그 누가 이것을 글을 쓰는 작가가 내려간 글이라 할 수 있을까.
첫 장을 넘겨보았다.
하염없이 귀여움을 받는, 작디작은 그런 시절. 어느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하나쯤은 존재하는, 그런 흐릿하게 남은 시절의 이야기.
그때의 어느 한 소년은 그 무엇에 강요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었다. 한여름,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작은 개미의 이야기부터 저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의 개수를 어림짐작해서 쓰는 문장과 동화처럼 신비스러운 행복이 가득한 엔딩까지. 누군가가 보면 한 어린아이의 꿈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은 그런 자유로운 글을 말이다.
그 소년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앞으로 디딜 때마다 늘어나는 자신의 이야기들에 행복감을 느꼈었다. 제 인생 또한 하나의 이야기로써, 제 자신을 써 내려가며 모든 기억들을 되뇌었다. 눈을 감으면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들이 꼭 하나의 장면들 같았기에, 이 또한 행복이 가득 찬 이야기라 생각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자유만을 탐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소년에게도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르듯 존재를 보였다. 자유라는 단어의 정의된 뜻은, 외부의 압박감과 속박이 되지 않은 여유로운 것을 의미한다. 그 어느 것에도 저항받지 않던 소년은 시간이 지나, 현실이라는 냉혹함에 이윽고 제 몸을 묶어버리는 족쇄와의 만남을 이루며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자유란 무엇일까. 근본적인 뜻은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떠오르는 단어였다. 그 단어의 흐름에 나는 자유로웠고, 그 또한 자유를 탐했으며 이후 자유를 바랐고, 자유를 원했다로 이어갔다.
중간의 페이지를 넘어가려는 순간, 멈칫거리며 잠시 수첩을 내려놓고는 제 두 손을 바라본다. 새까만 장갑으로 뒤 덮여서, 본모습을 끝까지 숨겼던 나의 두 손. 차분히 장갑을 벗겨보며 작은 해방감을 제 손에 안겨본다. 자잘한 흉터들과 양손 동일한 깊이로 파여있는 긴 흉터. 검지 손가락의 아랫부분에서 약지 손가락을 잇는 손목부근의 길이까지 일자로 그여 있는 보기 좋지 못한 흉터였다.
이야기란 무엇일까. 나는 모든 이들에게 인생, 추억, 기억. 추상적인 모든 단어에 이야기라는 단어를 썼었다. 사람의 인생이란 사람이 써 내려가는 글과도 같다고 생각하니까. 나 또한 그렇게 생각했음에 지내왔던 나날이었다. 그 이야기로 인해, 제 자신을 한번 죽이는 일 또한 하였으니까.
작가란,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머리와 그것을 나타낼 수 있는 손이 운명을 가른다.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제 손은 당신들에게 말을 내었던 작가라는 직업과는 상반되어 보일 것이다.
수첩을 또다시 한번 잡으며, 이후를 이어가듯 읽어본다.
현실이라는 냉혹함을 받아들인 머리와 손은 자신이 아닌 타인으로 인해, 짙은 압박감으로 바뀌어진 이야기를 그려갔었다. 소년이 원하지 않음에도 멈추지 못했던 상황. 그것을 직시했을 때에는 이미 멈추지 않고 떨려오는 손과 피폐해져 가는 머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제 미래를 한번 끊어버렸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이것이 후반부로 이어지기까지의 소년의, 나의 이야기다.
" 저는 이제 와서 이런 미련한 모습을 내보이는 것 같네요….
저는 이곳에 와서 그대들을 만나, 다양한 행복을 겪은 것 같아요. 그리 길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마음으로 그대들을 애정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더 이상 나아가기에는 제가 너무나도 두려웠어요. 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타인이 선택을 강요하는 길에 서있는 건 아닐까 하고.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그때가 제가 선택한 길이 아니었음에도 이어지는 짧은 순간들까지 행복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보고 싶었던 것뿐이었어요. 그런 나약한 마음을 가지고 눈앞에서 기다렸던 안식이란 것은, 저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그것에 의해 내가 살아가는 인생이란 이야기를 더 그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 또한 누군가의 선택들도 이루어진 가짜였을까요. … 이토록, 쥐었다 펴지기가 쉬운 존재였을까요. 숨을 내쉬는 이 순간이 그들의 내기에 포함된 등장인물 일뿐이었을까요.
이제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들고… 힘이 빠져버리네요.
조금이라도 그대들에게 기대었었더라면, 무언가 털어놓았었더라면. 아프다고… 힘들다고 했었더라면 지금의 선택이 달라졌을까요. … 그랬을까요? "
안녕을 하기 전에,
_A
[ 그대가 내게 그랬었지요. 언젠가, 제가 만든 지옥의 브라우니를 보고 싶다고. 사실… 그렇게까지 심한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대를 놀릴수록 변화되는 표정을 보는 게 너무나도 즐거워서, 심하게 놀린 것 같네요.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어요. 그대와 만드는 디저트는 얼마나 예쁘고 행복함이 가득할까~ 하고. … 미안해요. 이제는 보여주지도, 함께 만들지도 못할 것 같네요. … 수많은 애인님들 중의 하나가 되어서, 지켜볼게요. ]
_B
[ 그대는 참으로 어여쁜 사람이었어요. 나비는 꽃에 이끌린다는 말도 참으로 좋았었는데. 어찌도 비유를 그렇게 잘하시는지…. 하지만 저는 그리 생각해요. 나비가 꽃을 찾아가는 건 당연한 행동이지만, 그대가 꽃을 찾는 건 그대가 꽃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있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요. 하하, 너무 느끼했으면 미안해요. 그래도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그대는 따스한 봄바람의 흐름을 타고 자란 꽃 같다고. 그러니 계속 피어있어 주세요. 저는 그대의 굳건함이 좋았어요. ]
_C
[ 심해 속은 차가워야만 해. 그대와 나눈 마지막의 문장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 같네요. 저는 달리 생각해요.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심해란 어둡고도 차디찬 느낌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빛을 내는 물고기들은 참으로 많다는 걸. 또한, 그 안에서 사는 아이들은 그 어둠 속에서도 앞을 나아갈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요. 물이 흘러가는 데로 살아가다, 선택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말해주고 싶었어요. ]
_D
[ 그대가 묶어주었던 꽃 모양의 리본.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즐거운 것 같네요. 따라 해 보려고 두세 번은 묶어봤는데… 저는 당최, 완성을 못 시키겠고. 다시 한번 묶어달라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말을 못 내었네요. 하지만, 그런 꽃 모양이 제 눈에 네 잎클로버로 보였다는 건. 그대가 행운이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대가 행운이기에, 사람에게 찾아와 행복을 주었다고. 그대의 앞길은 전부 행운이 따를 거예요. 그러니, 항상 웃어요. ]
_E
[ 그대에게 걸었던 약속을… 조금은 후회해요. 사실상 저는 무직인… 백수거든요. 언젠가, 그대만을 생각한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어주기로 하였었는데. 이렇게 약속을 어기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사실 헛된 것이라도 이후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기대했어요. 내 글의 주인공이 되어주는 그대의 목소리를 상상하고. 또 저와 이리 대화하시는 그대와 연기를 하는 그대의 차이도 알아보고. 아~ 그대가 나온 잡지나 포스터도 꼭 봐보고 싶었는데. …… 그랬는데. 제가 너무 바보 같네요. 그래도 그대와 나눈 대화들, 산책… 모든 게 다 좋았어요. 그거 알아요? 처음 만났던 그 분수대에 사실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는 걸. … 뻥이에요. ]
_F
[ … 그대에게는 너무 미안해요. 항상 그대에게 내밀던 말이 안정이 된다는 말이었는데. 어느 하나 솔직하게 터놓은 게 없었네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제 이야기를 터 놓을 사람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거 알아요? 그대 내어준 마지막 말이… 제게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다는 걸. 나의 글을 내가 사랑해 준다면 되지 않냐는 말.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해 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로 써도 저는 이런 결정을 내려버렸네요. 또, 저는 그대가 항상 걱정스러웠어요. 저 또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이리… 아플 뿐이었는데. 그대는 항상 웃고 있었으니까. 마음을 조금 편하게 내려놓았으면 해요. 주변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대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무언가도 조금은 궁금했는데. 여쭤보고 올 걸 그랬나~ 싶네요. ]
_G
[ 그대와 하는 나 잡아봐라~ 놀이. 아직까지도 그 놀이는 해보고 싶네요. 다 큰 남성 둘이 하기에는,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좋은 이야기가 되었을 것 같으니까.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상상해 본 적이 있는데. … 정말 무서울 것 같아서 두 번은 이야기 못했네요. 스트레칭하시는 소리도 예사롭지 않아서… 그대로 도망쳐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도 저는 그대에게 느껴지는 무언의 강인함을 부러워한 것 같아요. 사람에게 느껴지는 오로라~ 라는게 있잖아요? 조금은 닮고 싶었어요. 그런 오로라를 배웠으면 저도 근엄했을 것 같은데. (아닐까요?) ]
_H
[ 그대를 보면서 항상 생각했어요. 말투는 딱딱한 것 같은데도 행동에서 느껴지는 배려라는 게 참으로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초반에 없어졌을 때에는 많은 걱정을 했어요. … 다치지 않고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그대를 제게 다가온 단 하나의 친우라고 생각했으니까. … 사실 형이라고 해도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으로 묶어준 그대의 리본이, 얼마나 따스했는지도 알려줬어야 했는데. 별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지요. 저 또한 좋아해요. 새까만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조명 같으니까. … 그러니까, 그 별 사이에 있어볼게요. 힘든 생각, 고민이 많을 때는 하늘을 바라봐주세요. 마음 깊이 위로해 볼게요. ]
_I
[ … 그대를 더 위로하지 못하고 온 지금이 후회가 되네요. 아직도 두려워하는 중일까요? 아, 이건 너무 어리석은 질문이었으려나요. 저 또한 그런 두려움에… 결정을 내버린 사람일 텐데도. 끝까지 말을 나누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직까지 자기 자신은 새까맣다고 생각할까요? 세상에 빛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도 말을 하고 왔어야 했는데. 그런 빛을 마주 보고 살아가길 바라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대는, 이미 빛이니까요. 너무 불안해하지 않길 바라요. 차라리 미워해줬으면 좋겠네요. 적어도 불평을 토론할 사람 하나쯤은, 있으면 좋을 테니까. … 정말 신뢰했어요. 내 자신을 숨기고 손을 건네어서 미안해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_J
[ 한번 더 잔소리를 내어놓고 왔어야 했나 싶네요. … 그대가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른 사람의 애정이 아닌, 본인의 애정으로 모든 이들을 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그대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마음을 졸이던데. … 충분해요. 잘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그대는, 이미 애정으로 가득한 사람으로 보였어요. 한 번은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조금 어려웠네요.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적었기에… 그랬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한마디만 더 내놓자면. 본인의 쓸모에 대해, 너무 생각하지 말아요. 살아서 이야기들을 이어가는 그대의 모습 자체가 그대의 가치고, 모든 것일 테니까. … 또 봐요. 그때는 웃어주세요. ]
_K
[ 그대의 말대로… 운이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래도 그대를 만난 것에서는 행운이라고 느껴요. 처음 만났을 때 힘 겨루기를 하자던 모습이, 한 아이의 개구쟁이 같은 면이 남아계시나~ 했는데. 이후에 했던 말은 솔직히 조금 무서웠네요. … 지금에서야 말하자면 뒷 복도에서 어떤 강아지와 아재 개그를 하려 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어요. 혹시, 정말 믿으셨을까 해서. (안 믿었겠지만요.) 목숨을 달리하듯 아팠을 때, 제게 혼내던 사람은 몇 없었는데. 혼을 내는 것보다는 바보 같은 행동 하지 말라고 한 말 같기도 하지만. 그 또한 기뻤어요. 저를 바라봐줘서 고마워요. ]
_L
[ 그대의 애완동물의 이름…, 자꾸만 바꿔 불러서 미안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때마다 반응하는 그대가 재미있던 터라. 저도 모르게 더더 해버린 것 같네요. 앞으로도 그대를 마주한다면 낼 장난이긴 하지만… 이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뿐이네요. 다 포기하고 싶지는 않냐고 물어보셨었지요. …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행하는 이 행동 또한, 포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너무 미련한 걸까요? … 그래도 좋게 봐줬으면 해요.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은 삐카가 어떨까 싶기도 하고. ]
_M
[ 그대가 제게 말을 했었지요. 그대는 제게 편안함을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대에게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 미안해요.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를 원했는데, 티가 나버렸다는 사실이 그대의 마음에 남게 했을까, 걱정되네요. 그대가 편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그저, 제 이야기를 위해 숨겨왔던 것들이 많았을 뿐이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저를 보고 웃음을 내었었던 그때가 정말 좋았네요. 웃는 게 정말로 예뻤는데. 그대도 알았으면 해요. 그대의 미소가,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를. … 힘들어하지 말아요. 자신을 위해 이어갈 이야기는 틀린 게 아니니까. ]
_N
[ …… 미안해서 말이 안 나올 것 같네요. 그대를 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혹여, 제가 사라지고 난 뒤에 울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고통도 참지 말고 기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기대라는 말에 저는 그러겠다 하였지만… 여린 그대에게 더한 짐을 줄까, 쉽게 하지 못했네요. 아무래도 이 또한 제가 미련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고. 저는 그대에게는 정말 많은 약속을 걸었지만, 단 하나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대의 얼굴에 올라가는 미소는, 참으로 좋았으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 미워해도 좋으니까. 내 마지막 장면이 그대와의 함께라서 좋았어요. … 또, 만나요. 그때가 온다면 지키지 못한걸 지켜볼 테니까. ]
_O
[ 그대가 그랬었지요. 이 부적을 지니고 있는다면… 다치지도 않고 안전하면서도, 행운이 따르게 된다고. 이 부적 덕에 제가 지금까지 웃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나약한 마음이, 그대가 준 이것으로 인해 안정감을 얻었으니까요. 행운이라는 단어 또한 지금껏 같이 제 곁을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저들을 만나고, 그대를 만나고. 만남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제일 큰 행운이지 않았을까. 하고. 제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신다는 말… 너무 고마웠어요. 저 또한 그대의 미소를 보면 마음이 따스해지네요. … 부디, 아프지 말아요. ]
_P
[ 티라미수와 커피를 참으로 좋아하는 그대. 그건 아직도 변함이 좋아하고 있을까요? … 너무 당연한 질문이려나요. 사람의 입맛은 변함없을 터인데. 첫 만남 때의 장난은 아직까지도 제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제가 한 입을 원했을 때 건네던 손길을 아무 생각 없이 탁. 하고 잡았는데. 그 후 띄워진 그대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거든요. … 하하, 아직도 웃음이 나와요. 정말로 즐거웠었는데. 부디, 이 앞으로의 길에 그대가 더 두려워하지 않았음을 바라요. 두려워하던 그대의 손을 더욱 꽉 잡아주었어야 했나~ 하고 후회가 들어오지만. 이겨낼 수 있으실 거라 믿어요. ]
그대들과 함께 한 모든 날들을 잊지 못할 거예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대들이 있었기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완벽한 장면이 되었다고,
찬란했었다고 느낄 수 있었어요.
… 이 결정이, 제 자신에게 내리는 마지막 선택이에요.
더 이상 삶이 타인에 의해 바뀌지 않도록, 내는 저의 선택.
그대들이 나아갈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찬란하기만을 바래요.
끝까지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보여준 내 모습엔 모순이 한가득일 테지만,
그대들을 진심으로 신뢰했어요.
찬란했던 모든 순간들을 마무리하며,
마지막에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
짧았던 이야기의 끝을 내어봅니다.
하이지마 에이지_ [ 死 ]
푸르게만 보이던 바다의 색감은
그 속안이 무척이나 투명한 것이
이토록 아름답게 비추었구나.
그림자 하나가 사라져 버린 그곳은 이제
허한 흐름만 남을 것이니.
부디, 그 자리를 무언가가 메꾸길 바라며
마지막 미소를 내보인다.
내게 주어진 기회와 희망이란,
결말이었음을 발표함으로써
잠시의 안녕을 구하며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남을 이루기를.